춘천마라톤 여자부는 정미주 선수와 이민주 선수의 2파전 양상이었다. 2위와 3위의 기록은 무려 10분가량 차이가 날 정도로 승부에서는 멀어져 있다.
40km 통과기록을 보면 정 선수가 2:51:07, 이 선수가 2:50:32로 이 선수가 30초 이상 앞었으나 결과는 정 선수가 20초 앞선 것으로 끝났다. 40km이후 2.195km구간에서 두 선수의 기록이 50초의 차이가 났다는 결론이다. 그러면 짐작컨데 41km이후 운동장 직전이나 트랙에서 뒤집혔을 가능성이 많다. 이 시간대에 서브-3 페이스메이커, 서브-3를 달성하기위해 남자 주자가 한꺼번에 밀려 골인지점이 매우 붐비는 바람에 이 두선수의 역전상황을 목격한 사람은 별로 없는 것같다. 완주자의 이름을 일일이 외치면서 격려하던 사회자 배동성씨 조차 여자부 우승자의 모습을 놓친 것을 보면 이를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어쩌면 두 선수의 경합은 없었는지도 모른다. 골인영상을 보면 정 선수는 트랙 바깥쪽으로 골인했고 이 선수는 트랙 안쪽으로 스퍼트가 아닌 느린 페이스로 들어오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40km지점까지 줄곧 1위를 유지하면서 추격자가 없었던 상황에서 1위를 낙관하는 사이 정 선수가 트랙의 혼잡을 피해 바깥쪽에서 스퍼트하여 골인했다면 경합 없이 1-2위가 바뀌었을 수도 있기때문이다. 기력소진으로 경합의 의지가 없었는지 추격을 몰랐는지는 이 선수 본인만 알 일이다.
이 선수가 추격을 몰랐다면 이런 비슷한 상황이 지난해 시카고마라톤 엘리트 여자부에서도 일어났다. 우승을 확신하고 여유를 부리며 골인하던 루마니아의 피르티아선수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에티오피아의 아데레 선수에게 막판에 역전되는 상황이 연출되었다. 올 여름 베이징 올림픽 여자마라톤에서 은메달리스트 캐서린 은데레바는 1위의 존재를 몰랐다고 해서 화제를 불러일으킨 바 있다.
남자부와 마찬가지로 여자부에서도 초반 오르막이 있는 5km구간에서는 페이스가 떨어졌고, 모든 입상자가 전반을 더 빨리 달린 포지티브 스플릿(positive split)으로 레이스를 펼쳤다. 페이스의 분포를 보면 우승자 정미주 선수가 가장 고른 페이스를 보였다. 35km 지점에서 쥐가 나는 상황에서도 전후반 기록차는 37초로 입상자 중에서는 전후반 기복이 가장 작았다. 정선수는 03년 처음 춘천마라톤 입상권에 진입한 후 6번째 도전에서 우승을 차지했다. 그는 이미 sub-3를 수차례 기록했지만 오직 춘천에서만 sub-3의 인연이 없었고 올해도 3시간을 넘긴채로 우승을 차지했다. 그의 역대 춘천마라톤 기록을 보면 03년 3:06:41(2위), 04년 3:05:01(4위), 05년 3:00:32(5위), 06년 3:00:18(2위), 07년 3:01:18(5위)으로 서브-3와 우승의 문턱을 맴돌았다.
반면 이민주 선수는 5-10km구간을 20:01의 빠른 페이스를 보이며 선두를 유지했으나 35km이후 페이스가 떨어지면서 1위를 놓쳤다. "최고의 컨디션과 최악의 기록은 오버페이스라는 동전의 양면이다"라는 말이 있다. 5-10km구간에서 좋은 컨디션을 믿고 20:01의 오버페이스를 범한 게 35km이후에 대가를 치룬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전후반의 기록차가 5분이 넘을 정도로 페이스분배가 고르지 못했다. 06년 처음 춘천마라톤 입상자에 이름을 올린 이 선수는 3년 연속 2위를 차지하면서 '춘마 단골 2위'의 징크스를 갖게되었다. 06년에는 3:00:18로 문기숙 선수에게, 07년에는 2:54:38의 호기록을 보였으나 김영아 선수에게, 올해는 정미주 선수에게 우승을 양보해야만 했다.
선수출신이 아닌 일반 마스터스의 경우 코치나 페이스메이커가 없는 상황에서 레이스 전략수립이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마라토너가 가장 경계하는 오버페이스는 초보자나 범할 것으로 보이지만 어느정도 실력을 갖춘 고수선수나 심지어 엘리트 선수들도 쉽게 오버페이스의 함정에 빠진다. 춘마 입상자의 경우 전후반이 6분 이상의 차이를 보이는 경우도 있다. 평소 페이스주를 통해 자신의 페이스를 체득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이런 점에서 춘천마라톤 입상자의 경우 구간별 페이스를 보다 면밀히 검토하여 레이스전략을 다시 수립해야 한다는 과제를 남겼다고 할 수 있다.
김용수
작년에도 김영아 선수에게 후반에 추월을 당했는데...
이민주 선수가 전략에서 실패한 듯 합니다.
물론 정미주 선수가 페이스 전략을 잘 짜서 더 자신의 PBR에 가까운 기록을 낸 것이 승리 요인이 될 것 같습니다.
초반 5키로에서 1분 이상 느리게 달려 후반 체력을 유지한 것이 가장 큰 승인 인듯 합니다.
2008/10/30 09:19:27
구름에달가듯
이민주씨는 대회를 주로 10키로가 주로 많으며 많아야 하프위주로 달려 속도감각이 거기에 맞추어져 있는듯 하군요..
2008/10/30 14:21:49
나그네
제가 알기로는 40km이후 다리 경련때문에 추월당한걸로 알고있는데여
2008/10/30 22:33:39
우승
우승할려면 그 종목에서 레이스 운영을 많이 해봐야 합니다...그래야 장거리 레이스 장단점 분석이 되지요...경련도 그런 레이싱 경험의 하나가 아닐까요......그에 비해 우승하신 정미주님은 풀코스 레이싱 운영이 아주 노련하다고 봅니다...저는 두분 다 모릅니다. 마라톤 1,2위는 기록싸움(기록이 기본적으로 갖추어져 있겠지요)보다 레이스 경험 ..당일 컨디숀 등이 작용할 거라 봅니다......
2008/10/30 23:17:12
바람
40키로를 지나는데 이민주님이 쥐가나서 도로에 서 있더군요....참 안타까운 모습이었습니다...내년에도 출전하셔서 3년연속 춘마단골2위라는 말을 듣지 않도록 하셨으면 좋겠네요....
2008/10/31 10:14:36
외로운런너
이민주씨는 부산 경남에서는 알아주는선수데요. 아깝네....................
2008/10/31 12:44:08
페이스메이커
여성부 1위와 2위 주자의 결과에 대해서 분석해 주셨네요... 결과론적이지만, 실제론 위 내용과는 사뭇 다르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또한, 지난해 시카고 마라톤대회와 비교하며 설명해 주셨는데, 그 내용과도 같지는 않습니다. 어떻게보면 비슷하다고 생각해 볼 순 있지만, 아닙니다.
운영자님께서 직접 분석을 하신 것인지, 운영자님께선 춘천마라톤을 달려 보셨는지 2가지를 여쭙고 싶습니다.
용수님처럼 전략에 실패할수도, 우승님처럼 경험이 문제일수도 있겠죠...
하지만, 결론적으로 말씀드리자면 이민주씨 몸상태(컨디션 문제)가 무진장 좋지 않았다가 정답입니다.....
운영자님께서 말씀하신 2구간 오버페이스가 아니란건 다른 주자들과 비교해 볼 때, 3위 주자와 마찬가지로 가장 안정적으로 2구간을 통과하였습니다.
(하프 최고 기록은 1시간 22분대, 마라톤은 2시간 51분-올해 동아마라톤-이라는 걸 감안한다면...)
순위는 결과적으로 41km 몇 백미터전지점에서 경련 현상 때문에 멈춰서서 30여초를 까 먹은 것이 가장 큰 이유가 되겠지요...
2008/11/01 21:07:38
운영자
페이스메이커님의 보충설명 감사드립니다. 직접 이민주님과 함께 페이스를 맞추셨다면 가장 정확한 설명이라고 생각됩니다. 운영자의 레이스분석은 전적으로 기록에 근거한 직관적인 분석입니다.
중계 등으로 직접 레이스모습을 보지 못했고 본인에게 직접 확인하지 않았기때문에 정확한 분석이라고 하기에는 어느정도 한계가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만 이민주님과 같은 수준의 선수가 중간에 멈추는 일은 매우 드물기때문에 정상적인 레이스를 펼쳤다는 전제로 한 것입니다.
페이스메이커님의 보충 설명은 이민주님의 실질적인 레이스에 많은 이해를 주셨다고 생각됩니다.
제 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