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이 막을 내린지 불과 몇주 후 세계 마라톤계의 관심을 다시 베를린으로 쏠리고 있다. '미스터 베를린'으로 불리는 에티오피아의 하일레 게브르셀라시에 선수가 07, 08년 연속하여 세계기록을 수립했고 이제 세번째 세계기록에 도전장을 내놓고 있다. 그는 지난해 처음으로 서브 2:04를 기록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고, 과연 인간의 한계가 어디인지에 대한 논의에 다시 불을 붙히기도 했다.

많은 사람들이 이번 베를린에서 게브르셀라시에(최고기록 2:03:59)와 지난해 올림픽 우승자 사무엘 완지루(최고기록 2:05:09)와의 대결을 기대했지만 실제 세계 2위의 기록은 케냐의 던컨 키베트(최고기록 2:04:27)가 보유하고 있어 이번 베를린에서는 실제 세계 1위와 2위의 대결이다.

아래 그래프는 08년 대회를 분석하여 추출한 것으로 게브르셀라시에의 5km 구간기록과 그가 30km이후에 점점 빨라진다는 것을 나타내고 있다. 빨간색 점선은 레이스를 출발할 때 필요한 페이스를 나타내고 있으며 서브-2:04로 골인케 하는 것은 마지막 2구간에서이다. 30km지점 빨간색 박스에서 이를 볼 수 있으며 예상기록은 2:04:21이고, 35km에서 40km에서 2:53/km의 놀라운 페이스로 내달린다.

키베트와의 한판

올해도 베를린마라톤은 매우 좋은 기록이 예상된다. 게브르셀라시에는 베를린에서 정면 대결을 피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는 베를린마라톤 조직위와 특정 선수를 불참케 하는 거부권(veto)을 행사할 수 있는 계약을 맺았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사무엘 완지루가 그 거부권의 희생자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많은 사람들이 기대했던 '세기의 대결'은 무산되었다. 베를린의 실망은 시카고의 기대로 나타났다. 완지루는 10월 11일 시카고마라톤에 참가키로 방향을 바꿨다.

하지만 올해의 베를린마라톤은 지난 2년과는 달리 게브르셀라시에를 위해 모두가 페이스를 맞추는 레이스는 되지 않을 것같다. 올해는 던컨 키베트가 세계기록 수립을 선언하고 나섰다. 그는 08년 봄에만 해도 비엔나 마라톤에서 개인기록이 2:08:33에 불과했지만 10월 밀라노마라톤에서 2:07:53으로 우승했고, 올해 봄 로테르담 마라톤에서 제임스 쾀바이와 함께 공동우승하면서 세계 역대 3위기록을 수립하는 기염을 토했다. 그의 기록은 2:04:27이었고 게브르셀라시에에 이어 역대 2위의 마라토너로 등극했다.

케베트의 참가는 이번 대회를 더욱 재미있게 할 전망이다. 그는 많은 인터뷰를 가졌고 매우 경쾌하고 외향적인 성격의 소유자이다. 게브르셀라시에도 매우 대중지향적인 선수인 만큼 이번 대회는 평탄하고 빠른 코스, 그리고 좋은 기록외에 더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킬 것이 예상된다. 키베트는 올해 컨디션이 좋고 본인의 최고기록을 노린다고 공언했다. 그의 최고기록을 감안하면 그가 개인기록을 수립하면 세계기록에 육박하게 된다. 좋은 코스에 더하여 좋은 레이스 그리고 좋은 페이스메이커도 준비된다. 그리고 날씨도 좋을 것으로 예보되고 있는 만큼 기록수립에도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게브르셀라시에의 해트트릭?

게브르셀라시에는 베를린 주로에서 3연속으로 세계기록을 수립할 수 있을까? 그는 베를린에서 성공과 두바이에서 실패를 번갈아가면서 레이스를 펼쳤다. 베를린은 지난 2년동안 성공적인 무대가 되었고 이제 3번째 성공적인 무대가 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위의 그래프에서 지난해 그가 펼친 레이스를 보면 그에게는 아직 약간의 여력이 있어 보인다. 지난해 약간 빨리 출발했고 중간에서 속도가 떨어졌고 마지막에 다시 페이스를 올렸다. 물론 페이스전략이 나빴다는 것은 아니다. 정말 훌륭한 레이스였다. 레이스 전략에 따라 아직 10초는 더 단축할 가능성은 있어보인다. 작년에 제임스 쾀바이와 38km까지 나란히 각축을 벌였으나 만약 그가 올해 케베트와 42.195km까지 각축을 벌인다면 기록 단축은 가능하다.

주사위는 던져졌고 자신의 세계기록을 지키려는 세계 1인자인 게브르셀라시에와 매번 기록을 경신하고 있는 세계 2인자 던컴 키베트의 대결에 세계는 이미 초미의 관심을 보이고 있다.

레이스는 9월 20일 오전 9시(한국시간 오후 4시)에 펼쳐진다. 아래는 대회를 직전에 두고 코스를 둘러보는 게브르셀라시에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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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science of sports